마켓 타이밍은 굉장히 어렵고 사실은 불가능에 가깝지만, 우리는 이제 일본 장기국채 가격이 역사적인 바닥(수익률의 역사적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을 타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지난 14일자에서 Editor's Letter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일본은, 리즈 트러스의 영국과는 달리, 만성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자 세계 최대의 대외 순채권국임을 강조하며 "일본의 부채위기" 가능성을 부인한 바 있다.
일본의 부채위기를 주장하는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 연구위원 로빈 브룩스는 지난 13일 "일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부채위기를 받아들이거나, 혹은 금리 상한제를 시행하는 경우 엔화 가치 하락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브룩스의 생각과는 달리, 지금 일본은 그런 트릴레마 상황에 직면하지 않았다고 Editor's Letter는 판단한다.
즉, 만약 일본이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과 변동성을 억제한다면("금리 상한제 시행") 엔화 가치는 오히려 극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일본이 그 지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미국 국채에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중앙은행이 물러난 세상에서 대부 가능한 자금("저축")은 전세계적으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단기자금 시장의 "원활한 기능"을 지지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재정증권을 매입("not-QE")해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채 금리 상한"을 시도하는 경우 미국은 달러 가치의 하락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미국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환 리스크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게 바로 실체가 불분명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의 되감김'일 수 있다.
왜냐하면 적어도 지난 2014년 핼러윈 데이의 'QQE2' 쇼크 이후로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 국민연금(GPIF)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LSEG, 글로벌모니터)
거시 경제(macro economy)는 국가, 정부, 정치, 정책을 전제로 한 경제학 영역이다.
그리고 국가, 정부, 정치, 정책은 시장과 달리 기본적으로 경제 원리에 거슬러 자원을 재분배한다. 왜냐하면 국가, 정부, 정치, 정책은 "시장의 실패를 시정"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크로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1) 정부 정책에 순응한다. "연준에 맞서지 말라"거나, "연준이 사는 것을 사라"는 격언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일본의 매크로 주체(정부와 중앙은행)는 아직 장기국채 가격의 반등(수익률의 정점 통과)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고 있다.
2) 매크로 트레이드는 때때로 '지속 불가능한 불균형'에도 매우 주목한다. 조지 소로스가 영란은행을 상대로 거액을 번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2년 파운드 위기("블랙 웬즈데이")는 국가, 정부, 정치, 정책이 트릴레마의 극단에 도달해 발생한 사건이다.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인 영국이었기에 사건은 더욱 극적이었다.
그러나 전술했듯이 지금 일본이라는 국가, 정부, 정치, 정책이 직면한 지속 불가능한 불균형은 트릴레마와는 조금 다르다.
* 매크로 트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를 단 두 개만 꼽는다면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라고 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은 국내 경제의 균형을 보여주고, 경상수지는 대외 균형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특히 채권과 FX시장은 이 두 지표를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LSEG, 글로벌모니터)
일본 정부가 직면한 장기 조달비용의 급증세는 일본 정부가 국가부채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약간의 잡음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일본 장기금리의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메커니즘에서는 일본의 국가부채 부담은 감소하게 되어 있다. 역대급의 고금리를 물어야 하는 신규 발행 장기채의 규모는 이미 발행되어 인플레이션에 의해 녹아내리고 있는 장기채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인플레이션 덕분에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장기 조달비용의 폭발적인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사실은, 장기 금리의 급등과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인과관계가 없다.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공동의 원인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장기 금리의 급등세는 일본의 부채위기와 전혀 무관하다.
단기 금리, 일본 국채 2년물의 수익률은 매우 많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2%대에 불과하다. 그리고 일본 정부는 단기물 발행 의존도가 3.7%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 발행 국채 중에서 장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7.3%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올해 장기물 발행을 줄이기로 했다. 더 나아가 필요하다면 단기물을 추가 발행해 대대적인 장기물 바이백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일본 정부는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된다. 1.2%(2년물 수익률)에 돈을 빌려 4% 수익률의 채권(40년물 수익률)을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그렇게 해야 할 시급성은 없다. 이미 발행한 장기국채의 실질 원금 가치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빠르게 소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LSEG, 글로벌모니터)
지난 2014년 핼러윈 데이 때 공표된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의 'QQE2'는 국민연금(GPIF)을 동원한 일종의 '대외 양적완화(external QE)'였다.
정부는 GPIF에게 국내 자산을 팔고 해외(미국) 자산을 매입하도록 지시했고, BOJ는 대대적인 QE를 통해 GPIF의 이탈로 발생한 공백 이상의 국내 금융자산 수요를 창출했다.
그 결과 달러가 엔에 대해 급등하고, 엔은 달러에 대해 급락했으며, 일본 국채 수익률은 미국의 국채 수익률과 함께 하락했다.
현재는 구조가 달라져 있다. BOJ는 금리를 인상하고 있으며 일본 국채(JGB) 보유를 줄이고 있다(QT).
그래서 QQE2를 비롯한 아베노믹스 때와는 달리 JGB 수익률은 달러-엔과 함께 상승 중이다. 아베노믹스 때와는 달리 인플레이션이 높아졌고, 아베노믹스 때와는 달리 BOJ가 완화정책에서 엑시트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베노믹스 때와는 달리, 지금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비교적 빠르게 하락 중이다.
달러-엔과 장기국채 수익률의 동반 급등세는 일본 정부가 보기에 언제쯤 '지속 불가능'해 보일까?
아마도 1) 일본 국채시장 요동이 금융기관들에 VaR 쇼크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보거나 and/or 2) 달러-엔이 정치적으로 감당 불가능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조장할 위험이 있어 보일 때일 것이다.
Editor's Letter가 보기에 일본 당국은 현재 2) 달러-엔 상승의 잠재 위험에 더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BOJ가 당초 계획하지 않았던 금리인상에 내몰리는 경우가 아마도 일본 정부 인내의 임계점일 것이다.
이 경우 일본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는 아베노믹스 되돌림의 마지막 단추 채우기 일 수 있다. 해외로 내몰았던 GPIF 자금을 일부라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는 것이다.
GPIF 자금의 본국 송환(repatriation)은 거대한 신호효과를 발휘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일본 장기국채 가격 매력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LSEG, 글로벌모니터)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 아니라면, 정부의 개입은 거의 언제나 크게 남는 장사다. 너무 쌀 때 사서 너무 비쌀 때 파는 이른바 '스무딩 오퍼레이션(smoothing operation)'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한 GPIF는 환율 만으로도 막대한 차익을 누리고 있다.
국제수지(BOP) 분석의 권위자인 브래드 세트서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21일 소셜 미디어에서 "일본은 재무부가 보유한 상당한 규모의 미국 자산(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을 활용해 일본 장기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트서는 "재무부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익(달러-엔이 80~100엔 때 매입했던 것) 중 극히 일부만을 실현해도 일본 납세자에게 이익이 된다. 그리고 재무부가 국채 일부를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바이백하면 납세자에게 또 다른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트서는 "종말론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인데, 재정 뿐만 아니라 국제수지도 알아야 한다. 이는 IMF에게도 해당하는 얘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부채위기론을 날마다 주창하고 있는 로빈 브룩스를 언급하며 "내 친구 로빈이 엔드 게임을 잘못 예측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세트서는 "내 생각에는 일본이 우체국은행을 다시 일본 국채 수요의 고정 공급원으로 만들고, GPIF는 막대한 이익을 남기며 일본 국채에 재투자하고, 재무부는 GDP 대비 외환보유액을 줄일 거라고 본다. 엔화에 미치는 영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Editor's Letter의 생각도 전적으로 그러하다.
다만, 일본 정부가 당장 그런 대재적인 액션에 나설 것인지에 관해서는 확신이 적다.
(LSEG, 글로벌모니터)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제2위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스미토모 미쓰이 금융그룹(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의 나가타 아리히로 글로벌 마켓 부문장은 21일 보도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30년물 국채를 좀 매수하고 있다고 말하고, 국채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해 일본 국채 포트폴리오를 현재(10.6조엔, 670억달러)의 최대 두 배까지 늘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나가타는 일본 국채 30년물은 이번 주 초에 적정가치 근처에 도달했다고 판단했다. 2.3% 안팎인 10년물 수익률의 경우는 2.5~3%가 적정가치라고 보는데, 연내에 2.5%를 넘어설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래서 그는 아직은 JGB 매수에 신중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JGB가 현재 약 12조엔의 외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스미토모 미쓰이 은행(Sumitomo Mitsui Banking Corp.) 유가증권 포트폴리오의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토모 미쓰이의 일본 국채 보유는 지난 2022년 3월 15.8조엔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나가타 부문장은 그게 주로 담보 거래 목적으로 매입한 단기 채권이었다고 설명했다.
나가타는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보유량을 재구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달러 펀딩마켓의 딜러로 경력을 시작해 지난해 4월 현재 직책을 맡은 나가타 부문장은 "나는 항상 외국 채권 투자를 좋아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지금은 일본 국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