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하는 산유국 카르텔 OPEC+가 원유 생산량 감축을 석 달 더 연장하기로 5일 결정했습니다. 산유량을 과거의 정상 수준으로 차츰 늘리려던 계획이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습니다. 원유시장이 여전히 초과공급 상태임을 그들의 '증산 연기' 결정이 웅변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비롯해 석유를 수입해 소비하는 산업국가들에게는 희소식입니다. 미국의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있습니다.
에너지는 모든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비용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곧잘 '감세'에 비유됩니다. 세금을 깎아준 것과 유사하게 경제주체들의 처분가능소득을 늘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에너지 비용이 줄어들면 다른 곳에 더 많이 소비 또는 투자할 수 있습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전개된 에너지 가격의 가파른 하락세는 실제 가계수지 통계에서도 그 효과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상품과 서비스 구입을 위해 지출한 돈이 미국 개인 처분가능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월 중 3.3%에 불과했습니다. 팬데믹 쇼크로 지표에 큰 굴곡이 생겼던 시기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미국 소비자들이 지금만큼 에너지 비용 부담을 적게 느꼈던 적이 과거에는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에너지 가격의 하락이 유발하는 긍정적 '감세' 효과가 과거만큼 크지는 않을 것임을 우리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소득과 소비가 고도화, 다변화 하는 사이 에너지는 갈수록 그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우리는 이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명한 산유국들이 과거만큼 부자 나라는 아닌 이유 역시 이 차트가 설명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