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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美 금리인상 전망

2021-02-17 07:01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기자)

2020년 6월10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온라인으로 FOMC를 주재하고 있다. (연준, 글로벌모니터)
2020년 6월10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온라인으로 FOMC를 주재하고 있다. (연준, 글로벌모니터)
명목 금리가 올라도 실질 금리는 전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심지어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명목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때에는 실질 금리 역시 따라 오르기가 매우 쉽다.

이 경우 명목 금리를 직접적으로 찍어 내리지 않는 한(수익률 레벨을 타게팅하는 국채 매수 개입) 연준이 실질 금리의 동반 상승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그 현상은, 연준이 '결국에는' 긴축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한참 멀었다고 약속하는 것은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 있다. 금리인상을 미루면 미룰 수록 그 이후 '결국에는' 이뤄질 인상 속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시장이 기대를 하게 되니까.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말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행보를 대폭 높여 예상하기 시작했다. 5년 만기 명목 및 실질 금리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유로달러 선물 2024년 12월물 가격.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유로달러 선물 2024년 12월물 가격.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16일 유로달러 선물 2024년 12월물이 전일비 0.145포인트 급락했다. 약 4년 뒤 예상되는 달러 리보 금리 수준이 단번에 15bp 가까이 높여졌음을 뜻한다. (유로달러 선물은 3개월 달러 리보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3개월 달러 리보는 연방기금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유로달러 선물 2023년 12월물 가격.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유로달러 선물 2023년 12월물 가격.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유로달러 선물 2023년 12월물은 이날 0.095포인트 떨어졌다. 즉, 2023년말까지의 정책금리 전망이 대폭 높여진 것이 2024년말 유로달러 선물 가격 급락세의 주된 배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로달러 선물 가격을 '금리'의 형태로 바꾸어 보면 시장의 급변 양상을 좀 더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로달러 선물 스프레드.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유로달러 선물 스프레드.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올해 말과 내년 말의 유로달러 선물가격은 여전히 그 차이가 미미하다. 지난해 가을 이후의 좁은 스프레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내년 말까지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시장의 판단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2022년말과 2023년말 선물가격의 스프레드는 연초 이후의 가파른 스티프닝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하루에만 7bp 더 벌어져 47bp에 도달했다. 2023년 중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프라이싱 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연초 대비 '1회'를 더 높여 잡은 셈이다.

2023년말과 2024년말의 스프레드 역시 유사한 양상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즉, 유로달러 선물시장은 내년말 이후부터 2년 동안(2022년말~2024년말)의 금리인상 전망을 총 4회, 누적 100bp로 상향 했다.

OIS 금리 포워드 시장의 흐름도 유사하다.

미국 OIS 금리 포워드.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국 OIS 금리 포워드.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국 OIS 포워드 시장은 1년 뒤에 적용할 3개월 스왑금리를 0.10%대로 거래 중이다. 금리인상이 임박했다고는 보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2년 뒤에 적용할 3개월 스왑금리는 어느새 36bp로 높아져 있다. 2023년 2월 이전에 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어 있을 가능성을 프라이싱한 셈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2025년 2월의 초단기금리 예상치를 반영하는 OIS 포워드 4Y3M는 1.22%에 달하고 있다. 향후 4년 동안 예상되는 금리인상 횟수를 4회(100bp) 이상으로 높여잡은 것이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16일 장 중.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 16일 장 중.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미국 MBS 평균 수정 듀레이션.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미국 MBS 평균 수정 듀레이션.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이날 1.30%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지난해 3월 유동성 위기 당시의 고점을 넘은 데 이어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시되어 온 레벨까지 별 저항 없이 넘어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추세가 한 번 잡히면 그 흐름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경향이 있다. 가격 하락세(오름세)가 매도세(매수세)를 더욱 부추기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헤지 거래가 유입되는 것도 추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현행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증폭시킬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헤지거래가 거론되고 있다.

한 가지는 지난 5일자에 소개했던 이른바 '감마 헤지'다. 국채 변동성이 낮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옵션을 매도(short gamma)했던 포지션이 서둘러 이자율 스왑 매도(pay, 고정금리 지급)에 나서고 있고, 이로 인해 스왑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현물 금리를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잠복된 위험으로 거론되는 장기 국채 매도 플로우는 이른바 '네거티브 컨벡서티 헤징(negative convexity hedging)'이다. TD증권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30%에 도달할 경우 모기지증권 보유자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일반적인 채권과는 정반대로 모기지증권은 금리가 올라갈 때 듀레이션이 길어지는 특성을 갖는다. 금리 상승기에는 모기지 대출 저금리 갈아타기를 위한 조기 상환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네거티브 컨벡서티' 특성으로 인해 모기지증권 보유자들은 금리가 오를 때 듀레이션을 매도함으로써 포트폴리오 듀레이션 급증을 막으려는 유인을 갖는다. 이른바 '컨벡서티 헤징'을 위한 매도세다.

이러한 헤징 거래는 금리 하락기에도 '매수세' 형태로 등장해 추세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하순 2년 수준까지 떨어졌던 미국 모기지증권의 평균 수정 듀레이션은 지난 12일 현재 2.56년까지 늘어났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흰색 선) 및 5년물(파란색 선) 수익률.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흰색 선) 및 5년물(파란색 선) 수익률.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Editor's Letter가 "모든 랠리의 어머니"라 칭했던 미국 실질 금리도 들썩이고 있다.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이 이날 하루에만 7bp 이상 뛰었다.

10년 만기 실질 금리는 지난 10일 단기 저점 이후 12.4bp 상승하며 -100bp선 위로 다시 올라섰다.

10년물과는 달리 강력한 하방 바이어스를 유지하던 5년 만기 실질 금리도 이날은 가파른 오름세(+5.3bp)를 나타냈다. 명목이든 실질이든 '5년물'은 통화정책 전망을 가장 입체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날 5년 만기 명목 금리(일반 국채 5년물 수익률)는 7.4bp 뛰어 올랐다. 2년물 금리가 1bp 오른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2년 뒤부터 3년 동안(2023년 2월~2025년 5월) 시장이 예상하는 정책금리 레벨이 크게 높아졌음을 시사하는 흐름이다.

이와 같은 미 국채 수익률곡선 전반부의 스티프닝*은 앞에서 소개한 유로달러 선물 및 OIS 포워드 시장의 흐름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날 미 국채 2~5년 수익률 스프레드는 약 45bp로 벌어져 지난 2018년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흰색 선) 및 그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추정치(파란색 선).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흰색 선) 및 그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추정치(파란색 선).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국 국채 10년물 수익률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추정치는 지난 12일 현재 플러스 5bp를 웃돌았다. 지난해 3월초 마이너스 100bp를 넘나들던 것이 지난해 8월 이후로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이는 중이다.

텀 프리미엄은 장기 국채 보유에 따르는 이자율 변동 위험을 보상해 주는 일종의 '덤'이다. 채권 투자자들이 위험보상을 더 많이 요구하는 것(텀 프리미엄의 상승)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의 상승은 텀 프리미엄을 자극해 장기 실질 금리에도 상승압력을 가한다. 물가연동국채(TIPS) 역시 장기간 보유할 수록 이자율 변동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며, 따라서 투자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프리미엄 수익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랠리의 어머니'에 가해지는 실체적인 위협이다.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리면서도 실질 금리는 낮게 유지하려면, 연준으로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아주 훨씬 더 장기간에 걸쳐 실질 정책금리를 마이너스 깊은 곳에 계속 유지하겠다고 신뢰할 만하게 약속하거나,

2) 명목 국채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직접 매수개입에 나섬으로써 텀 프리미엄을 압착하거나.

미 국채 10년물 및 5년물 수익률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추이.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10년물 및 5년물 수익률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추이. (블룸버그=글로벌모니터)
미 국채 5년물에 내재된 텀 프리미엄 역시 뛰어 오르는 중이다. 통화정책의 기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인 '5년 만기 실질 금리(TIPS 수익률)'을 위로 견인하려는 매우 큰 힘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급등하는 시장금리에 경계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금리 쇼크'라 볼 만한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연초에 설명했듯이, 주식이 오르는 한, 주식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한, 금리는 계속 더 상승할 수 있다. 경제와 증시가 금리 오름세를 견딜만 하다는 얘기니까.

연준은 아마도 주식시장이 견디기 너무 힘들어 할 때가 되어서야 말로든, 돈으로든 개입을 할 것이다. 그 전에는 아마도 참견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날 에스더 조지 미국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국채 수익률 상승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계속 지켜는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헤징 거래가 자극하는 수익률 상승의 오버슈팅은 필연적으로 주식시장의 경색을 예정하며, 이는 곧 연준의 개입을 잉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위험 감수자들은 금리 급등이 일으키는 증시의 발작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