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명목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때에는 실질 금리 역시 따라 오르기가 매우 쉽다.
이 경우 명목 금리를 직접적으로 찍어 내리지 않는 한(수익률 레벨을 타게팅하는 국채 매수 개입) 연준이 실질 금리의 동반 상승을 막을 방법은 거의 없다. 실질 금리가 오르는 그 현상은, 연준이 '결국에는' 긴축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한참 멀었다고 약속하는 것은 자칫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 있다. 금리인상을 미루면 미룰 수록 그 이후 '결국에는' 이뤄질 인상 속도와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시장이 기대를 하게 되니까.
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말 이후 미국의 금리인상 행보를 대폭 높여 예상하기 시작했다. 5년 만기 명목 및 실질 금리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16일 유로달러 선물 2024년 12월물이 전일비 0.145포인트 급락했다. 약 4년 뒤 예상되는 달러 리보 금리 수준이 단번에 15bp 가까이 높여졌음을 뜻한다. (유로달러 선물은 3개월 달러 리보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3개월 달러 리보는 연방기금금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유로달러 선물 2023년 12월물은 이날 0.095포인트 떨어졌다. 즉, 2023년말까지의 정책금리 전망이 대폭 높여진 것이 2024년말 유로달러 선물 가격 급락세의 주된 배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유로달러 선물 가격을 '금리'의 형태로 바꾸어 보면 시장의 급변 양상을 좀 더 시각적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말과 내년 말의 유로달러 선물가격은 여전히 그 차이가 미미하다. 지난해 가을 이후의 좁은 스프레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모습이다. 내년 말까지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시장의 판단이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2022년말과 2023년말 선물가격의 스프레드는 연초 이후의 가파른 스티프닝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하루에만 7bp 더 벌어져 47bp에 도달했다. 2023년 중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프라이싱 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 횟수 전망을 연초 대비 '1회'를 더 높여 잡은 셈이다.
2023년말과 2024년말의 스프레드 역시 유사한 양상으로 가팔라지고 있다.
즉, 유로달러 선물시장은 내년말 이후부터 2년 동안(2022년말~2024년말)의 금리인상 전망을 총 4회, 누적 100bp로 상향 했다.
OIS 금리 포워드 시장의 흐름도 유사하다.
미국 OIS 포워드 시장은 1년 뒤에 적용할 3개월 스왑금리를 0.10%대로 거래 중이다. 금리인상이 임박했다고는 보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2년 뒤에 적용할 3개월 스왑금리는 어느새 36bp로 높아져 있다. 2023년 2월 이전에 금리가 한 차례 인상되어 있을 가능성을 프라이싱한 셈이다.
그런 식으로 해서 2025년 2월의 초단기금리 예상치를 반영하는 OIS 포워드 4Y3M는 1.22%에 달하고 있다. 향후 4년 동안 예상되는 금리인상 횟수를 4회(100bp) 이상으로 높여잡은 것이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이날 1.30%선까지 뚫고 올라갔다. 지난해 3월 유동성 위기 당시의 고점을 넘은 데 이어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시되어 온 레벨까지 별 저항 없이 넘어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추세가 한 번 잡히면 그 흐름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경향이 있다. 가격 하락세(오름세)가 매도세(매수세)를 더욱 부추기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헤지 거래가 유입되는 것도 추세를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현행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 상승세를 증폭시킬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 헤지거래가 거론되고 있다.
또 하나 잠복된 위험으로 거론되는 장기 국채 매도 플로우는 이른바 '네거티브 컨벡서티 헤징(negative convexity hedging)'이다. TD증권 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1.30%에 도달할 경우 모기지증권 보유자들로부터 이와 관련한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연준은 아마도 주식시장이 견디기 너무 힘들어 할 때가 되어서야 말로든, 돈으로든 개입을 할 것이다. 그 전에는 아마도 참견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날 에스더 조지 미국 캔자스시티 연준 총재는 "국채 수익률 상승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계속 지켜는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헤징 거래가 자극하는 수익률 상승의 오버슈팅은 필연적으로 주식시장의 경색을 예정하며, 이는 곧 연준의 개입을 잉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적극적인 위험 감수자들은 금리 급등이 일으키는 증시의 발작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