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4일 "평균 2%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재정정책의 지원이 연준의 목표달성에 가속도를 붙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지난해 12월에 제시한 경제전망과 대략 부합한다. 그러나 당시는 조지아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이전이었고, 당연히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통큰 재정부양(go big stimulus)" 가능성을 고려할 수 없었던 때였다.
따라서 2023년말까지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제시했던 12월 FOMC의 점도표는 다음달에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융시장은 2023년으로 금리인상 개시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을 각종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 중이다. 그 이후의 인상폭 역시 높여 잡고 있다. 다만 그 반영 정도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더욱 더 미국의 5년 만기 명목 및 실질 금리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의 특성
지난 2015년 12월에 시작되었던 미국의 금리 정상화 행보를 앞두고 Editor's Letter는 연준 정책금리가 언제(when), 어떤 속도로(how), 어디까지(where) 인상될 것인지를 입체적으로 계속 가늠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이 세 가지 질문 항목 중에서 when과 how에 관한 전망을 담는 지표다. 그리고 5년과 10년 수익률은 주로 how와 where에 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통화정책 사이클에서는 구도가 좀 달라졌다.
통화정책이 경제에 파급되는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preemptive)으로 정책 정상화에 나섰던 5년여 전과는 달리, 지금은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을 담보하고 난 뒤에나 금리인상에 나서겠다는 후행적(behind the curve) 전략을 연준이 채택해 있다. 이른 바 'lower for longer'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앞으로 2년 안에(2023년 2월 이전에) 금리인상이 개시될 것이라는 기대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채 2년물 수익률은 여전히 제로에 근접해 낮게 유지되고 있다.
반면, 미 국채 5년물 수익률은 비교적 빠른 상승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은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0.6%선을 넘어섰다. 2023년 2월~2026년 2월 사이의 금리인상 전망을 빠르게 높여잡고 있다는 의미다.
5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준의 단기~중기 금리정책 전망을 반영할 뿐 아니라 연준 대차대조표 정책(QE)에 관한 시장의 기대를 내포하기도 한다. 5년은 아주 단기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텀 프리미엄을 수익률에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 국채 5년물 수익률은 시장이 인식하는 연준 통화정책의 기조를 가장 입체적으로 잘 반영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 5년물 수익률은 2012년 제3차 양적완화(QE3) 직전에 비해 높으며, 2013년 QE 테이퍼 발작 직전 수준과 비슷하다.
'더 올라갈' 5년물 금리
이날 현재 미 국채 5년물과 2년물 수익률의 스프레드는 약 48bp이다. 이를 토대로 국채 수익률에 내재되어 있는 '2년 뒤부터 3년간 예상되는 초단기 금리의 평균치'를 단순 계산으로 산출해 보면 0.92%가 나온다(텀 프리미엄을 무시). 지금보다 약 80bp 높은 수준이다.
지난 주에 전했듯이, 2년 뒤(2023년초) 이후에 대한 금융시장의 금리인상 전망은 가파르게 높여져 가고 있다. 지난 16일을 기준으로 소개한 이후로도 레벨이 제법 많이 더 높아져 있다. 다만 내년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은 '전혀' 등장하지 않고 있다.
현재 OIS 포워드 시장은 4년 뒤(2025년초)에 금리가 1.28%로, 총 5차례 가량 인상되었을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 중이다. 당장 2023년에 금리를 한 차례 이상 올릴 것으로 시장은 프라이싱 해 놓았다.
이날의 경우 OIS 시장은 3년 뒤(2024년초)에 예상되는 연방기금금리의 레벨을 특히 많이 높여 잡았다.
달러 리보 3개월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로달러 선물시장의 프라이싱도 거의 동일하다. 오는 2024년말까지 총 5회 가까운 금리인상을 반영하고 있는데, 2024년의 금리인상 폭을 줄이는 대신 2023년의 인상폭을 2회(50bp) 이상으로 높여잡는 모습이 뚜렷하다.
포워드와 선물시장은 12월 FOMC 점도표의 "2023년말까지 금리동결" 전망을 명백하게 폐기해 놓은 상태다.
그리고 시장의 re-pricing은 앞으로 더 계속될 소지가 있다. "한 세대 동안 본 적이 없었던 인플레이션 압력"을 걱정할 정도로 강력한 재정정책 자극이 가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2년 동안은 정책금리가 '제로(0)'에서 요지부동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즉, lower for longer 정책은 필연적으로 higher for longer 금리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전일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준 총재가 예상한(요구한) 매년 200bp씩의 금리인상이 아주 과장된 것은 아니라고 Editor's Letter는 생각한다.
5년 만기 실질 금리에 특히 주목
금리를 그런 식으로 올린다는 것은 다 죽으란 얘기가 아닌가?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연간 200bp씩의 금리인상은 'where'의 레벨을 대폭 높이는 것이긴 하지만, 'how' 항목에 있어서는 '점진적이고 조심스러운' 개념을 벗어나지 않는다.
연간 200bp씩의 금리인상이 단행된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강력한 인플레이션 오버슈팅 위험을 가정하지 않는 경우, 실물 경제(real economy)의 성장세, 실질 국내총생산(real GDP)의 증가 추세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 미국 경제가 감당해낼 수 있는 실질 중립금리(real neutral rate) 레벨이 그만큼 가파르게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연간 200bp씩의 금리인상은 인플레이션의 실적과 전망이 그만큼 높이 회복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금융환경과 경제에 가해지는 실제(real) 긴축효과는 과거 동일한 금리인상 폭에 비해 작다고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5년 만기 실질 금리(real yield) 움직임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년 만기 실질 금리가 장기 경제 펀더멘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반영하는 반면, 5년 실질 금리는 통화정책의 중기적 실질 기조(real stance)를 상대적으로 더 잘 내포한다.
실질 금리의 대용인 물가연동국채(TIPS)의 10년 만기 수익률은 마이너스 80bp 수준으로 가파르게 반등해 있다. 반면, 5년 만기의 TIPS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더딘 속도로 올라가다 그 마저도 되꺾인 상태다. 경제 펀더멘털이 가파르게 개선될 전망인 데 반해 연준 통화정책 정상화는 상대적으로 매우 더딜 것이란 기대를 읽을 수 있다.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냐, 완화적이냐를 따질 때에는 금리의 절대 수준 및 채권매입의 절대 규모보다는 경제 전망에 견준 상대적 정책수준을 측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5~10년 실질 금리 스프레드는 그런 점에서 여전히 강한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터닝 포인트?
관련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난 1997년 7월 이후를 분석해 보면, 미 국채 5년 TIPS 수익률의 4주간 평균 변동폭은 마이너스(-)1.8bp였다. 실질 금리의 장기 추세적 하락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4주간 변동 실적의 중앙값도 평균과 거의 동일하다.
그래도 어쨌든 제로(0)에 가까운 이 평균선을 중심으로 미국 5년 실질 금리의 4주간 변동폭은 순환을 거듭해 왔다. 표준편차는 23.2bp이다. 평균을 중심으로 표준편차(σ) 1 레벨을 그어 보면, 위로는 21.4bp, 아래로는 -25.0bp가 된다.
5년 만기 실질 금리의 4주간 변동 폭이 평균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특성을 감안해 우리는 이를 연준 통화정책 기조의 사이클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연준과 5년물 TIPS 시장이 거의 완벽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가정한 것이다.
그리고 4주간 5년 실질 금리 변동폭이 장기 평균을 웃도는 상황을 우리는 '긴축적 국면'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추정해 볼 때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는 지난 19일 '긴축적 국면'으로 급격히 전환하는 신호를 보냈으나, 이후 완만한 수준의 '완화적 국면(평균 이하)'으로 누그러졌다.
이런 식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측정하는데 있어서 우리는 '누적'의 개념도 함께 고려하는 게 좋겠다. 최근들어 '모멘텀'이 빠르게 약화하긴 했지만, 통화정책 기조의 절대 수준은 지난해 11월하순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완화적이었으며, 그 누적된 완화의 정도는 위 그래프에서 평균을 밑도는 부분의 '면적(적분)'이라고 할 수 있다.
5년 만기 실질 금리를 활용해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의 단기 사이클을 4개 국면으로도 구분해 볼 수 있다.
지난 19일 '긴축적' 국면을 향해 빠르게 접근했던 미국 통화정책 기조는 이날 현재 '완화적' 국면으로 다시 후퇴했음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위 그래프에서 우상단의 1분면은 '최근 4주간 5년 실질 금리가 상승했으면서' and '매주 그 상승폭이 확대되는' 국면이다.
우하단의 2분면은 '5년 실질 금리가 4주 전에 비해 높아진' 긴축 국면이긴 하지만, but '그 상승속도는 둔화하는' 국면이다.
좌하단의 3분면은 '5년 실질 금리가 4주 전에 비해 하락한' 완화 국면이면서 and '그 완화의 정도는 심화하는' 국면이다.
좌상단의 4분면은 '5년 실질 금리 하락 추세가 이어진' 완화 국면이긴 하지만 but '실질 금리의 하락 강도는 약해진' 국면이다.
좌표가 원점에 가까울 수록 통화환경은 '중립적'에 가깝다고 간주할 수 있는데, 지금이 그 지점에 있다. 터닝 포인트가 임박하고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이 변화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실질 금리의 변동을 통해 측정하는 통화정책의 기조는 펀더멘털 전망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다만, 크게 개선된 펀더멘털 전망에 비해 통화정책 기조 전망의 조정이 뒤늦은 상태라면, 그 캐치업 과정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부담을 가할 수 있다.